졸은글과 영상

연꽃 / 이덕규

H극동 2014. 6. 28. 15:33

 

 

 

 

 

 

 

 

연꽃

 - 이덕규 -


 

혼자서도 비좁은 방이었는데요, 우리
초저녁에 은밀하게 숨어들어가 일찌감치 문 걸어 닫은 방이었는데요

 문단속이 완벽해서
아침까지 아무도 열지 못하는 방이었는데요

얼마나 간절했는지, 내 몸속 깊이를 알 수 없는
까마득한 어둠 속에서 밤새 맑은 물을 길어 올리는 일생일대의
거룩한 노동의 노래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는데요

밤새 노를 저어 천상의 다락방에 올랐던가요
신천지 개막처럼 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부신 아침 햇살 아래,

 우리 처음
세상에 알몸을 드러낸 이슬처럼 부끄러웠던가요

늦잠을 잤던가요,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나와 보니 방이란 방문은 일제히 다 열려있고
벌써, 말끔했는데요
주인을 아무리 불러도 대꾸가 없어
그냥 가만가만 내려왔는데요
나중에 알고 보니, 날이 새면 영업을 하지 않는 숙박업소였는데요

생애 딱 한 번만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 방, 그때 내가 향기 나는 첫 꽃잠을 달디 달게 자고 나온 방,
오늘 누가 또 곱게 자고 나갔는지
저수지가에 활짝 핀, 그 빈방을 기웃거리다 무심코 묻습니다

하룻밤에 얼마지요? 숙박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