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은글과 영상

나무는 머물지 않는 바람을 기다린다 / 연선화

H극동 2010. 12. 25. 20:18



나무는 머물지 않는 바람을 기다린다
                          연 선화
계절의 끝자락
바스락거리는 낙엽만이
빈 쭉정이처럼 말라
베베틀린 몸뚱이로 
둥지 떠나는 철새처럼
무리지어 몰아친 바람에
어느 구석 소복이 쌓여
심술 난 발끝에 산산이 부서져
지상 위에 화장된다
바람은 머물지 않는다
앙상한 나뭇가지
횅한 바람 한 가닥에
마지막 이파리 떨어내며
소스라치게 놀라 
움츠려진 나무 눈 꼭 감고
따뜻한 남녘바람
푸른 잎사귀 찬란한 꿈을 키우며
나무는 머물지 않는 바람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