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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사촬영의 실제 (조경원)

H극동 2011. 6. 1. 20:33

인터넷의 발달과 DSLR(Digital single lens reflex)의 급속한 보급으로 디지털 사진이 빠르게 대중화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사진을 즐기는 대중이 아날로그적 감성보다는 디지털이라는 기술적 요소들에 흥미를 갖도록 하였으며, 전문화된 대중들은 점차 기술적인 요소들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전문 분야가 사물에 대한 근접촬영인 ‘접사’다. 접사는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부분을 카메라를 이용하여 세밀하고 자세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수많은 사진가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간다. 카메라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접사라는 것이 그저 카메라를 대상에 가깝게 가져간다고 찍을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훌륭한 접사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촬영자의 감각과 사전지식도 중요하지만 1회 강의에서 설명했던 접사링, 링플래시, 마이크로 렌즈 등 기계적인 옵션들 역시 충족돼야 한다. 토요포토스쿨 23강에서는 Q&A 형식으로 보다 완성도 높은 접사 촬영을 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1. 분명히 초점을 정확히 맞춘 것 같은데 결과물을 보면 왜 흔들린 사진이 많을까? 


 근접촬영시 접사렌즈를 사용하면 아주 작은 피사체라도 우리의 눈 보다 가깝게 확대하여 촬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파리처럼 작은 곤충을 초접사를 이용하여 화면에 꽉 차도록 찍는다고 가정해보자. 파리의 원래 크기는 보통 10mmX5mm 정도지만 초접사를 이용하여 촬영할 때는 원본의 약 100배 정도 크기로 확대 할 수 있다. 이는 즉, 카메라가 1mm 흔들리면 그 미세한 흔들림이 결과물에서는 100배 이상 흔들린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안정된 그립과 적정광량은 모든 사진에서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접사에서는 유독 더 중요한 것이다.

2. 왜 내 사진은 선명하지 못한가?


 보통 초점이 정확한 사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1/초점거리’의 셔터스피드를 내면 된다고 한다. 즉 50mm 렌즈의 경우 1/50으로 찍으면 안 흔들린다는 것. 하지만 풀프레임 바디가 아닌 크롭바디(필름보다 작은 CCD/CMOS를 사용하는 카메라)의 경우 크롭비율을 곱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니콘 기종의 경우 1/초점거리X1.5의 셔터스피드가 확보되어야만 정확한 초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제조사별 크롭비율 : 캐논 1.6배 / 니콘 1.5배 / 올림푸스 2.0배


 VR/IS등 손 떨림 보정기능들이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접사에서는 VR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 일반적인 촬영의 경우 손 떨림 방지를 위해 삼각대를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곤충이나 새와 같이 움직이는 피사체를 촬영할 경우에는 삼각대가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동적인 대상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삼각대의 사용보다는 안정된 그립과 순간포착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3. 접사렌즈는 가변조리개인가?


 ‘가변조리개’는 줌렌즈에서만 이야기 될 수 있는 용어다. 접사렌즈는 단 렌즈다. 접사렌즈라는 것은 일반렌즈에 접사 링을 붙여서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조리개 값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접사에서는 가변조리개가 아닌 유효조리개를 이야기 할 수 있는데, 단 렌즈에서 유효조리개는 거리가 멀어진다고 해서 어두워지지 않는다.

 

 여담으로 캐논이나 시그마의 렌즈는 조리개 값이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니콘, 탐론, 미놀타의 경우는 렌즈 조리개 값이 변한다. 그렇다면 캐논, 시그마가 더 좋다는 것일까? 캐논 시그마 역시 조리개 값이 변하긴 하지만 표시가 되지 않을 뿐이다. 이렇게 되면 실제 촬영 시에 계산이 더 복잡해지기 때문에 조리개 값이 변하지 않는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4. 접사렌즈는 멀리 있는 사물을 찍을 때는 별로인가?


 흔히들 생각하는 것이 접사렌즈는 배경정리가 되기 때문에 심도가 얕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외로 접사렌즈는 일반렌즈와 똑같이 촬영하면 약간 심도가 깊다. 모든 렌즈는 피사체와 촬상면간의 거리가 짧아질수록 당연히 심도가 얕아진다. 접사렌즈는 일반 렌즈에 비해서 당연히 작업거리가 짧다. 그래서 접사렌즈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그 때문에 당연히 심도가 얕을 수밖에 없다.


 망원으로 곤충이나 식물을 접사로 찍고 싶으면 배경이 많이 뭉개진다. 배경이 깨끗하게 정리된 접사사진은 깔끔하긴 하지만 배경과 구도를 살릴 수 없기 때문에 사진이 식상해지기 쉽다. 105mm 망원 렌즈로 촬영을 하면 심도가 너무 얕기 때문에 뭉개짐이 너무 크다. 또한 망원계열은 깨끗한 사진을 살릴 수는 있지만 안정적인 셔터스피드 확보가 어렵다. 나의 경우 배경을 깨끗하게 정리한 사진보다는 주변을 살릴 수 있는 사진을 주로 촬영한다. 위 사진의 경우 10.5mm 어안렌즈를 이용하여 아주 근접해서 찍은 사진이지만 배경과 원근감이 잘 살아났다. 따라서 화면이 박진감이 있고 구도와 배경으로 재밌는 사진을 만들 수 있었다. 



5. 접사 촬영을 할 때 표준이 되는 수치가 있는가?


 접사렌즈 장착 후 수동모드를 설정한다. ISO 값은 200정도로 두고 조리개는 11에서 13정도, 셔터스피드는 1/250 정도로 선택한다. 그 후 링후래시를 이용하여 강제발광을 해보자. 제법 그럴듯한 접사촬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연광만을 사용할 경우 위의 수치는 어둡다. 망원계열인 300mm렌즈와 같은 경우에는 1/2000정도의 셔터스피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광 상태에서는 조리개를 조여야만 심도가 나오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ISO를 400정도 준다. 이와 같이 접사라는 것이 기본적인 수치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보면 다른 인물이나 풍경 촬영을 할 때보다 편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6. 밝은 렌즈일수록 좋은가?


보통 수치가 밝은 렌즈가 더 비싼 가격이기 때문에 흔히들 조리개 수치가 낮을수록 좋은 렌즈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렌즈 매수가 작을수록 선예도와 밝기가 좋다. 하지만 렌즈가 밝을수록 선예도가 떨어진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렌즈가 밝을수록 선예도가 좋은 렌즈를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 만약 같은 기술로 만든다면 적당히 어두운 렌즈가 더 선예도가 좋다. 



7. 1:1 접사란?


1:1접사 (동배접사)란 간단히 말해서 피사체의 크기와 그 피사체가 센서에 맺힌 크기가 같음을 의미한다. 1:2는 센서의 맺힌 크기가 원래 피사체의 1/2를 나타낸다. 

8. 크롭바디와 접사배율의 관계


크롭바디와 접사배율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많은 논란이 된다. 간단히 접사부분에서만 한정해서 이야기를 한다면 크롭바디가 풀프레임에 비해서 돈을 절약하면서도 성능은 훨씬 뛰어나다. 왜냐하면 접사라는 장르는 피사체를 될 수 있는 한 크고 정밀하게 찍기 위해 생긴 사진의 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크롭바디라 하는 것이 배율이 높아지는 효과를 가진다. 간단히 이야기하서 풀 프레임에 1:1접사렌즈를 붙인 것보다 1.5x에 1:1렌즈를 붙이면 배율이 1/5:1이 되는 효과를 가진다는 얘기다. 찍어보면 다들 느끼지만 이 차이는 엄청나다. 1:1이상으로 배율을 올리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1.5:1의 배율을 그냥 얻을 수 있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9. 그렇다면 어떤 카메라를 써야하나?


먼저 크롭바디라면 실질적으로 배율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화소가 높은 카메라일수록 좋다. 높은 화소는 디테일과 비례한다. 예기에 추가한다면 AF능력과 빠른 조작, 저장 속도, 그리고 튼튼한 외관 방진/방습정도가 추가된다면 야외 촬영 시에도 걱정 없이 촬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10. 초접사는 어떻게 찍나?


보통 사진을 찍을 때 구도를 잘 구성하고 순간을 포착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리는 것이 전통적인 사진 방식이었다. 하지만 초접사는 눈으로 절대 볼 수 없는 것을 카메라를 통해 디테일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매력적인 만큼 초접사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내공이 필요하다. 초접사를 하기 위해서는 60mm macro렌즈가 매우 좋다. 이 렌즈는 손떨림이 적어서 쨍한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또한 접사링을 장착했을 때 광각일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60mm를 광각으로 보기에는 힘들지만 60mm와 같이 광각에 가까울수록 크게 찍힌다. 그리고 초접사는 짧은 렌즈가 좋다. 60mm 렌즈를 두고 가격대 성능비가 좋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60mm macro 렌즈는 성능이 좋은 렌즈이다. 접사에서 계속 강조하는 것이 손떨림인데 앞에서 이야기한 1/250정도의 셔터스피드만 확보된다면 플래쉬 발광효과를 등에 업고 몇만분의 1초까지도 확보할 수 있다. 

11. 완벽한 후보정 사진을 원한다면?


 JPEG포맷이 아닌 RAW로 찍는 것이 좋다. 먼저 RAW는 JPEG보다 화질이 좋다. Detail 자체가 다르다. 사진을 할 때 RAW로 찍는 것이 나중에 보정하기에 좋다. “제 기종은 화이트밸런스와 색감등이 마음에 안들어요, 근데 메모리가 부족하고 컴퓨터가 안좋아서 RAW로는 못찍습니다. 그리고 RAW로 찍으면 정말 귀찮거든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이 말은. “기타를 잘치고 싶은데, 연습안하고 잘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연습하기는 정말 귀찮거든요.”와 같은 말이다. RAW가 귀찮아서 못 찍겠다는 사람은 뭐 하러 귀찮게 사진은 찍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컴퓨터와 메모리가 부족하다는 사람은 훨씬 비싼 바디와 렌즈는 어떻게 구입하는 건지 말이다. 디지털카메라도 일종의 컴퓨터 주변기기이다. 좋은 컴퓨터를 쓰지 않으면서 어찌 좋은 결과물을 바랄 수 있을까?


 RAW라는 것은 빛이 센서에 들어와서 기록된 그 상태를 저장한 것이다. JPG는 이것을 1/2~1/16정도로 압축해서 저장한다. 따라서 JPG는 바디의 파라미터들 (샤픈, 색공간, 화이트밸런스, 콘트라스트, 채도)이 모두 적용되어서 압축 저장된 결과물이라 이 파라미터들을 다시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샤픈을 한번 먹여버리면 이것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RAW에서는 간단히 옵션만 바꾸면 원래 노샤픈으로 찍은 것과 동일하게 된다.


 RAW의 좋은점은 JPG보다 정보가 풍부하다. 즉 디테일과 색정보가 많다. 그리고 후 보정에 여유가 있다. 즉 많은 보정을 가해도 잘 견딘다는 것이다. 나쁜 점을 굳이 들자면 JPG 보다 용량을 많이 차지하고 결과물을 만드는데 비교적 오래 걸리는 것이다.




12. 곤충을 찍고 싶다면?


 곤충을 잘 찍고 싶다면 그 곤충의 생태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떤 종류의 나비는 아침 8시쯤 사람들이 잠들어 잇을 때만 찍을 수 있다. 그리고 또 어떤 나비는 1년 중 6월 10일부터 30일 사이 아침 6시에만 등장한다. 나비가 아침 이슬 때문에 날개가 젖어서 나무 위로 올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에 그 나비를 찾아가면 나비가 손 위로 올라오기도 한다. 또 왕호색나비는 꽃의 꿀을 먹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 똥을 먹는다. 동물의 배설물을 찾아서 기다리면 왕호색나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곤충접사에서는 이처럼 기다려서 찍을 수 있는 장면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