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은글과 영상
★자장면의 따뜻한 이야기★
H극동
2010. 11. 21. 20:31
저녁무렵 음식점 출입문이 열리더니
한 여자아이가 동생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초라한 차림의 아이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큰 아이가 동생들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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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나두......"
"아저씨, 자장면 두 개 주세요."
영철은 주방에 있는 아내 영선에게
"근데 언니는 왜 안 먹어?"
"응, 점심 먹은 게 체했나 봐.
일곱살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나무젓가락을 입에 물고 말했다.
"누나, 그래도 먹어.
오늘은 네 생일이니까 맛있게 먹어."
큰아이는 그렇게 말하며 남동생의 손을
"언니.. 우리도 엄마 아빠가 있었으면
그녀는 한참동안 아이들 얼굴을 바라보았다.
"너 혹시 인혜 아니니? 인혜 맞지?"
"네 맞는데요.
누구세요?"
"엄마 친구야. 나 모르겠니?
영선이 아줌마.
한 동네에 살았었는데,
네가 어릴 때라서 기억이 잘 안 나는 모양이구나.
그나저나 엄마 아빠 없이 어떻게들 사니?"
그녀는 아이들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인정이도 이제 많이 컸구나."
그제야 아이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거 해다 줄게."
영선은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자장면 세 그릇과
탕수육 한 접시를 내왔다.
아이들이 음식을 먹는 동안
그녀는 내내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히 계세요."
"그래, 잘가라. 차 조심하구..
자장면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 알았지?"
"네....."
어두운 길을 총총히 걸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처마 끝에 매달려 제 키를 키워 가는
고드름처럼 힘겨워 보였다.
아이들이 가고 난 뒤 영철은
"누구네 집 애들이지?
나는 기억이 안 나는데."
"사실은,나도 모르는 애들이에요.
엄마 아빠가 없는 아이들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음식을 그냥 주면
아이들이 상처받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엄마 친구라고 하면
아이들이 또 올 수도 있고 해서....."
"그런데 아이들 이름은 어떻게 알았어?"
"아이들이 말하는 걸 들었어요.
주방 바로 앞이라 안에까지 다 들리던데요."
"이름까지 알고 있어서
나는 진짜로 아는 줄 알았지."
"오늘이 남동생 생일이었나 봐요.
자기는 먹고 싶어도 참으면서
동생들만 시켜주는 모습이
어찌나 안돼 보이던지....."
영선의 눈에 맺혀 있는 눈물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죠^^